시드 슬롯 뚫기 근무 환경이 일·가정 양립의 시작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출산 장려로 해결될 수 없다. 0.75라는 합계출산율은 단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낳을 수 없는 구조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그간 현금 지원과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현실적인 노동 시드 슬롯 뚫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성은 여전히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고, 남성 또한 육아휴직 사용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망설이게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곧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출산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아니라 회피하고 싶은 과제가 되어버렸다.

경직된 노동 구조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한다. 한국의 노동 시장은 정규직 중심, 주 5일 고정 근무제에 지나치게 고착되어 있다. 시간제 근무, 파트타임, 시드 슬롯 뚫기 출퇴근제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탓에, 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근로자는 물론 기업조차도 정형화된 고용 형태 외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부모가 되는 것은 곧 '고용 시장에서의 이탈’과 연결되고 있다.

경력 단절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2023년 기준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은 전체 경단녀의 42%에 달한다. 이들 다수는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복직 후 불이익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노동 시장을 떠난다. 일자리를 잃은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가 강요한 결과다. 육아휴직을 쓰면 조직 내 평가에서 밀리고, 복귀 후 자리는 없다. 이처럼 출산과 육아가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일과 시드 슬롯 뚫기의 양립은 불가능하다.

법과 제도를 시드 슬롯 뚫기하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2년 제한 규정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실제로는 계약 종료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이를 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전 계약을 종료하고, 일자리는 짧고 불안정한 형태로 반복된다. 특히 육아로 인해 풀타임이 어려운 부모, 경력 단절 여성이 더욱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제도가 고용 안정성을 의도했지만 현실에서는 시드 슬롯 뚫기성을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의 기준을 정규직에만 두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 관행은 안정성을 담보하지만 동시에 시드 슬롯 뚫기성을 억제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동 구조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주 3일제, 시간제 근무, 재택과 출근의 혼합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관계법 전반의 개정이 필요하며, 법적 보호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시드 슬롯 뚫기 노동도 기능하게 된다. 유연근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지만, 기업은 인사 시스템 개편, 대체 인력 확보, 업무 재조정 등 현실적인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제도만을 일방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이를 실천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감면, 인센티브, 인증제도 등 실질적인 혜택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유연성을 하나의 투자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변화가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는다.

육아 인프라는 민간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돌봄의 책임을 정부나 부모에게만 지우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점 다양해지는 육아 형태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와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공동육아시설, 대체 인력 플랫폼, 예비 부모 교육 프로그램처럼 실생활에 밀착된 서비스는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특히 중소기업 종사자나 프리랜서 가정처럼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일하고 돌보며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먼저 갖춰진다면 개인과 가족이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직접 운영하려 들수록, 민간과 시드 슬롯 뚫기의 자율성은 위축되고 새로운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 복잡해진 삶의 양상 속에서, 정부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직접 수행자’가 아니라 '기회를 만드는 조력자’에 가깝다.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자원을 연결하며, 제도적 틀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각 주체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하고, 돌보고,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시장과 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시드 슬롯 뚫기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돌봄과 고용의 생태계를 여는 출발점이다.

아이를 낳고도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출산 후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저출산 문제의 본질적 해법이다. 시드 슬롯 뚫기하고 안정적인 노동 구조는 출산을 선택 가능한 삶의 일부로 되돌려 놓는다. 이제는 '출산 장려’보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정책 구조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혜림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