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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9) - 경영자로서의 연암

자유경제원 / 2015-04-15 / 조회: 3,390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시대를 이끌어간 기업가, LG그룹 창업자 구인회의 이야기를 전남대 경제학부 김영용 교수가 정리했다.


근검절약의 사업가

▲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큰돈을 번 사업가들의 대표적인 특징 중의 하나가 근검절약 정신이다. 연암도 그러한 사업가였다. 친구들과 고향 음식점에서 음식 값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 락희화학이 번창하고 서울의 반도호텔에 사무실을 내고 있을 때, 연암이 미니 합승버스로 출퇴근했다는 일화 역시 그의 근검절약 정신의 실천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당시 미니 합승버스로 출퇴근하던 근무하던 모 상무가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미니 합승버스를 타십니까?”라는 질문에 연암은 이와 같이 답했다. “나는 합승버스가 좋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보고 노랭이니 구두쇠니 부르겠지만 나는 그 말이 나를 칭찬하는 말로 들립니다.


돈 몇 푼 벌었다고 거들먹거리며 흥청망청 쓰는 사람들을 보면 딱해서 못 보겠습니다. 돈이야 있을 때 아낄 수 있는 것이지 없는데 무엇을 아낀단 말이요. 그래서 옛말에도 돈이란 벌기보다 쓰기가 어렵다고 했소. 부자라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아니라 쓰지 않고 저축하면서 아끼는 것이 부자가 되는 법이요. 벌써 다 왔소, 합승버스를 타면 회사까지 오는데 무엇 때문에 휘발유 없애고 길바닥에 돈 뿌리며 택시 탄다는 말이요.”그러나 연암은 때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사업의 자금을 전액 부담했고, 1969년에는 인재양성을 위해 연암문화재단을 설립·운영하는 등 큰돈을 쓰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은 사업가였다. 연암의 용전철학(用錢哲學)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관용과 포용의 사업가

연암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관용하며 양보하는 사업가였다. 이러한 성품은 “남이 안 하는 일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되, 어디까지나 국민경제에 유익하고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말에 잘 녹아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업 영역에 들어오는 것에 불쾌한 감정을 가졌지만 양보하는 편이었다. 유독 사돈 간인 호암 이병철과는 몇 번의 마찰이 있었다.

전자산업은 연암이 선점한 분야지만 나중에 호암의 삼성이 진입했다. 연암의 사업 철학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지만 사돈이 하겠다는 일이어서 수용하고 양보했다. 이후 연암과 호암이 방송 사업에 함께 참여했지만 결국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 방송을 모두 호암에게 양보했다. “상대방은 남이 아닌 사돈. 양쪽 가문 사이에 태어난 손자들을 생각하면 두 사람 중 누군가가 깨끗이 물러나는 수밖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지. 만사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사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삶이 아니고 뭐겠나.” 인화를 중요시했던 연암의 성품이 잘 드러난 일이다.

연암은 남의 영역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상도의(商道義) 철학을 견지했다. 물론 이러한 상도의 원칙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어쨌든 연암은 그런 철학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의 경쟁으로 한국의 전자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점이다.

한국경제 도약을 위한 크레이지 슬롯가 정신의 제고

연암을 비롯한 크레이지 슬롯가들의 덕분에 한국경제는 비약적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 크레이지 슬롯가들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과제를 남기고 모두 우리 곁을 떠났다. 새로운 도약이란 바로 새로운 기회의 발견을 의미한다. 이는 지금 세계 일류의 반열에 오른 오늘의 한국 크레이지 슬롯들이 당면한 문제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후발 주자였던 한국의 크레이지 슬롯들은 캐치업(catch up)을 통해 시장에 존재했던 이윤 기회를 활용하여 부를 축적하고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크레이지 슬롯으로 우뚝 선 지금에는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윤 기회를 발견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 연암이 살았던 시절과는 매우 다른 환경이지만,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위해서 한국의 사업가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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