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 임대아파트 슬롯무료와 재산권 보호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슬롯무료 중의 하나인부동산과 관련해서다. '너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공작아파트’, '이촌한강맨션’ 등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에 대해 “임대아파트도 한강뷰를 볼 수 있도록 배치하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재건축 자체를 포기하거나 지연시키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서울시의 주택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기존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는 부작용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임대슬롯무료도 한강뷰를 볼 수 있도록 배치하라”고 강제하는 이유는 이른바 '소셜 믹스(socialmix)’ 정책 때문이다. '사회적 혼합’ 또는 '계층 혼합’이라는 의미의 이 정책은, 간단히 말해서, 돈 있는 사람들과 돈 없는 사람들이 한 동네, 한 슬롯무료 단지 내에 뒤섞여 살게 하면 상호 교류도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게 되어 계층 간 갈등이 줄어들고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적으로 혼합을 해놓으면 질적, 화학적 반응도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사람들을 한 공간에 억지로 섞어 놓는다고 질적인, 정서적인 반응이 일어날까? 그리고, 그 반응은 계층 간 화합과 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타날까, 아니면 역으로 그것을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날까?

지금까지 몇 군데 추진되었던 슬롯무료 단지들의 상황을 보면, 반응은 정책 추진자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나고 있다. 슬롯무료 단지를 설계할 때 임대용 슬롯무료 동을 별도로 만든다든지, 임대단지와 분양단지의 구역을 달리하고 출입구도 분리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러자, 같은 단지만이 아니라 같은 동에 임대와 분양을 같이 배치하라는 규제가 덧씌워졌다. 이 규제에 대해 사람들은 임대용을 주로 저층에만 배치하고, 임대 입주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분양 입주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하는 등 또 다른 식의 분리 방법이 등장했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의 옥상옥(屋上屋) 규제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 자체를 포기하거나 지연시키며 기다리는 것도 선택지에 들어 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기쁨보다는 고통에, 이익보다는 손해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시의 반응이다. '임대아파트 한강뷰 위치에 배치 의무화’와 관련해 해당 아파트 단지의 조합원들의 불만이 표출되자 서울시는 '임대 아파트 한강뷰 위치에 배치’ 의무화는 '용적률 완화라는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불만이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가 특혜를 베풀었고, 그 특혜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뿐인데 무슨 불만을 갖느냐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특혜인가? 애초에 용적률 규제 자체가 시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이다. 물론 건축물의 밀도와 층수를 적절히 제한하여 시민들의 안전과 생활편의를 보장하고 녹지 공간 등의 확보로 환경도 보호하며, 균형 잡힌 도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규제 명분은 있었다. 명분이 무엇이든, 빼앗았던 권리 행사의 일부를 시민에게 되돌려 주는 것뿐인데, 그걸 공무원들은 시민에게 '특혜’를 준다고 하나? 시민은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고 빼앗겼던 것을 돌려받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특혜라면, 정부(서울시)는 그런 특혜를 왜, 그리고 몇몇 슬롯무료 단지에만 선별적으로 베푸나? 용적률 규제 완화의 특혜를 준다는 이야기는 현재의 용적률 규제의 이유가 별로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완화해 주겠다는 수준까지완화해도 용적률 규제의 기대 효과가 크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일부 단지들에만 특혜를 베풀고 그 특혜의 대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 또한 선별적 특혜가 아닌 이런 일괄적 규제 완화가 정치인과 공무원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규제를 오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의도치 않게 용적률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계층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임대아파트 한강 뷰 배치” 강제는 철회되어야 한다. 그것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주택 수급의 불균형 심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제이슨 브레넌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도로 행동하는 정부는 이 결과가 나타날 것을 진정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막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슬롯무료주의-당신이 알아야 할 105개 질문』). 이번 논란이 된 사안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정책에 해당되는 말이다.

권혁철(자유시장연구소장,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