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램 슬롯 원가, 공개해야 하나.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치열하다. 시민단체들은 주택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램 슬롯, 폭리를 취할 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며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 등은 시장경제 아래에서 제품 원가를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양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참석자
▶김재옥 소비자 문제 시민의 모임 회장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단장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회=김왕기 논설위원
사회:아파트 램 슬롯원가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왜 공개해야 한다는 겁니까.
김재옥 : 아파트 램 슬롯 자율화 이후 램 슬롯는 전국 평균 80%가량 올랐습니다. 올해도 20%나 올랐죠. 그동안 물가와 원자재 값은 안정돼 있어 이렇게 오를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 주택 건설업자들이 폭리를 취한 거죠. 램 슬롯 상승은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원가를 공개하면 폭리는 줄 것이며, 부동산 가격도 안정될 것입니다. 또 현재 아파트는 선(先)분양 구조입니다. 소비자들이 램 슬롯가 합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김헌동 : 주택 건설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세가지 특혜를 받고 있습니다. 선 분양에다 공공택지를 독점으로, 그것도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분양받는 것입니다. 이런 특혜가 없으면 우리도 원가 공개를 요구할 명분이 없죠. 특혜로 땅을 싸게 사고, 건축자재비 부담도 안 늘었는데 분양가는 엄청 뛰었습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없앴으면 특혜도 폐지해야 했는데 그냥 두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이 특히 땅값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땅값과 관련된 정보를 정직하게 공개해 보라는 것입니다.
사회 : 반대 입장도 만만찮은데, 왜 그렇습니까.
김정호 : 통상 새 물건이 헌 것보다 비쌉니다. 그동안 기존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또 마감재가 고급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시장 원리상 새 아파트의 램 슬롯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면 이는 세금으로 해결해야지, 원가 공개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자칫 아파트 값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여론에 따라 정치적으로 결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박재룡 : 최근 비싼 램 슬롯로 문제가 된 곳은 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입니다. 이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부담을 일반분양자에게 떠넘기는 독특한 사업방식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공공택지를 싸게 사서 짓는 모든 아파트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분석 없이 무조건 아파트 램 슬롯가 비싸니 원가를 공개하라는 논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제품의 적정 이윤이 어느 수준인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습니까. 인건비나 브랜드 파워, 재료 차이, 3년간의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마진이나 램 슬롯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획일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회 : 원가 공개의 최종 목적은 무엇입니까.
김재옥 : 가격을 규제해야죠. 하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면 그 전 단계로 원가를 공개해 소비자들이 적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개별 기업체 제품 원가 공개를 요구한 적이 있습니까. 아파트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것입니다.
박 : 램 슬롯가 정말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이라도 해서 막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정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도 없이 무조건 원가 공개를 제도화하자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김정호 : 원가 공개는 결국 램 슬롯 규제를 위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시장 가격은 비싼데 램 슬롯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가격이 왜곡되고 투기를 유발합니다. 기존 주택은 원가는 따지지 않듯이 신규 분양도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오르고, 안 사면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해 안 사면 미분양이 생기고, 값도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램 슬롯를 억지로 낮추면 업체들이 아파트를 덜 지어 물량이 줄어 더 큰 부작용이 생깁니다.
김헌동 : 폭리도 막고 램 슬롯도 낮추자는 얘기입니다. 워낙 건설업체들은 구린 구석이 많아 투명하게 공개만 되면 램 슬롯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사회 : 모든 건설업체들에 일률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입니까.
김헌동 : 주택공사나 토지공사 등 공기업은 당연히 공개해야죠. 민간 기업도 정부의 공공택지를 램 슬롯 받은 경우는 공개가 마땅합니다.
김정호 : 공기업은 국민이 주인이므로 국민이 원하면 해야겠죠. 하지만 민간기업은 주주가 원하는 경우에만 공개하는 게 옳습니다.
박 : 신중해야 합니다. 사업하다 보면 돈을 버는 곳도, 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일률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면 감당할 수 없는 반발과 저항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김재옥 : 모든 업체가 원가를 공개해 전문가들로부터 적정 여부를 평가받아야 합니다. 우리 계산으로는 폭리만 없으면 램 슬롯를 30%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 : 자율화 이후 아파트 램 슬롯가 많이 올라 기존 아파트보다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또 이러다 보니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정호 : 램 슬롯 인상은 묶어 놓았다가 푸는 과정에서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입니다. 램 슬롯는 시장가격과 비슷한 수준, 아니 새 집이므로 조금 더 비싼 게 당연합니다. 또 램 슬롯가 높아진다고 기존 아파트 가격이 높아진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박 : 기존 아파트 값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가져가 투기만 심해질 것입니다.
김재옥 : 램 슬롯는 3년여 후의 가격입니다. 은행이자 등을 감안하면 램 슬롯는 기존 아파트 값보다 낮아야 합니다. 특히 높은 램 슬롯가 시차를 두고 강남지역에서 서울 전역, 수도권, 지방의 기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램 슬롯를 낮추면 기존 아파트 가격도 떨어질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투기가 있겠지만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해결될 겁니다.
김헌동 : 업체들이 분양원가를 정직하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하게 한다면 램 슬롯는 틀림없이 내려가고, 기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입니다.
사회 : 램 슬롯 공개 요구는 결국 아파트 값이 높기 때문에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근본 대책은 없을까요.
김정호 : 공공택지를 건설업체들에 경쟁입찰로 램 슬롯하면 특혜 시비는 줄 것입니다. 여기다 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면 땅값이 싸지고, 아파트나 부동산 가격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김헌동 : 아파트 램 슬롯 원가 공개를 통해 땅값에 대한 거품을 빼면 문제는 상당히 해소될 것입니다. 또 아파트 램 슬롯 방식을 바꿔 공공주택의 경우 싱가포르처럼 건설업체에는 시공만 맡기고 램 슬롯은 국가가 해야 합니다. 정부가 설계나 시공까지 공모해 턴키 방식으로 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외국업체에도 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특히 건설교통부 등의 공무원과 각종 주택관련 협회·국책 연구기관·국회의원 등을 잇는 검은 커넥션, 즉 건설 마피아 연결 고리를 단절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김재옥:원가 공개를 통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자율화에 따른 평가 시스템이 제시되면 해결될 겁니다. 또 선 시공 후 램 슬롯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박:너무 이상적으로 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하지만 대형 아파트까지 정부가 가격 결정과 램 슬롯에 간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박원갑 기자(w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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