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서평] ‘패권인가…’ 美 킹 슬롯의 부시 前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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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04-11-29 , 동아일보,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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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은 다시 한번 조지 W 부시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싫든 좋든 세계는 미국의 킹 슬롯의적 패권주의와 다시 4년을 뒹굴어야 한다. 마침 미국의 킹 슬롯의를 역사적으로 추적한 2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두 책은 모두 부시 행정부의 패권주의와 킹 슬롯의가 돌연변이가 아니라 미국적 전통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전하는 음성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킹 슬롯인가 생존인가/노암 촘스키 지음 황의방 오성환 옮김/360쪽 1만5000원 까치
소쉬르에 필적하는 언어학자로 꼽히는 촘스키는 이제 미국 내 반미주의의 대명사가 됐다. 2003년 하드커버로 내놓은 뒤 2004년 페이퍼백 보급판으로 바꾸면서 후기를 추가한 이 책은 이라크전에서 드러난 미국의 이중성이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폭로한다.
미국은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전도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자국의 킹 슬롯을 위해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미국은 수하르토, 마르코스, 모부투, 피노체트, 후세인(이란과 전쟁을 벌이던 시절) 등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또 엘살바도르, 칠레, 아이티 등에서 민주적 투표로 선택된 지도자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인물일 때는 ‘올바른 결과’를 요구하며 그 선택을 무시해 왔다.
이런 전통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이 국민의 압도적 다수 입장을 채택해 이라크전에 반대했을 때 ‘늙은 유럽’이라고 비난을 퍼부킹 슬롯.
저자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지도자가 협박과 무력에 호소한 예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그 같은 결정에 수반되는 위험은 오늘날 훨씬 더 커졌다”면서 “미국이라는 단극체제의 세계는 앞으로 미국과 세계여론이라는 2개의 초강대국으로 나뉠 것”이라고 경고했다.
◇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존 L 개디스 지음 강규형 옮김/207쪽 1만원 자유기업원,나남출판
예일대 역사학 석좌교수인 저자는 미국의 거대전략의 관점에서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의 킹 슬롯의가 미국적 전통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국의 거대전략이 미 본토에 대한 3차례의 침략을 기점으로 킹 슬롯의와 다자주의간 시계추 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토 침략의 첫 경험은 1814년 미영전쟁의 와중에서 영국군이 워싱턴DC를 침범해 의회와 백악관을 불태운 것이었다. 이는 흔히 ‘고립주의’로 알려진 먼로독트린을 낳는데, 이를 구상한 이가 당시 외무장관이자 후임 대통령이었던 존 퀸시 애덤스다.
애덤스는 첫째, 유럽국가의 식민지에 포위당한 미국의 광대한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둘째, 미국은 안보를 위해 어떤 국가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킹 슬롯의를 선포했다. 셋째, 구대륙의 세력균형보다는 아메리카대륙 내의 헤게모니를 추구했다.
1941년 진주만 공습은 1세기 이상 지속된 애덤스의 안보전략에 일대 전환을 낳았다. 그것은 킹 슬롯의와 선제공격의 원칙을 버리고 다자간 동맹을 통한 전 지구적 헤게모니의 구축이었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이 전략은 다시 9·11테러를 기점으로 19세기 킹 슬롯의적 전통을 지구적 규모로 부활시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담담한 설명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