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상장사 ‘무늬만 티 카페 슬롯’ 경영권 바뀌면 줄줄이 교체
-
글쓴이
자유기업원 2006-12-11 , 스포츠투데이, @
-
10일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한달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티 카페 슬롯 중도퇴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티 카페 슬롯가 중도퇴임한 10개 상장사·13명 티 카페 슬롯 중 7개 상장사 10명의 티 카페 슬롯가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퇴임하거나 해임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사회에 참여, 이사회를 견제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당초 티 카페 슬롯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티 카페 슬롯들이 대표이사가 바뀌거나 기업의 최대주주 변경시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새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티 카페 슬롯가 선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중도 퇴임하나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는 전체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티 카페 슬롯로 임명해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전체 이사의 절반을 티 카페 슬롯로 임명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티 카페 슬롯가 선임된지 얼마 안돼 중도 퇴임하더라도 그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티 카페 슬롯가 퇴임하면 수시 공시를 통해 알리는 것 외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퇴임 이유도 공시 양식에 맞게 간단히 서술하면 된다”고 했다.
이들 티 카페 슬롯를 중도퇴임시킨 상장사들은 퇴임 이유를 ‘일신상의 이유’라고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티 카페 슬롯들은 대부분 경영진이 바뀌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코스피 상장사 중 케이피앤엘과 성신양회, 신영와코루, AP우주통신, 디지털월드, 우성넥스티어, SH케미칼 등 7개 업체는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변경되면서 티 카페 슬롯가 중도 퇴임하거나 해임됐다. 이들 티 카페 슬롯의 임기는 길게는 3년이 넘은 사례도 있었고 올해 임명된 티 카페 슬롯도 있었다.
성신양회의 경우 김재실 경남기업 사장이 티 카페 슬롯에서 물러난 후 상장사 규정 조건 인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티 카페 슬롯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배주주의 경영 독주를 막고 경영권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8년 법 규정을 손질해 티 카페 슬롯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변경되면 기존 티 카페 슬롯들도 자리에서 밀려나고 이에 따라 경영권 감시는 요원해지게 되고 있다.
한 상장사 등기이사는 “티 카페 슬롯 임기에 대한 규정도 없어 명목상 계약 임기만 있을 뿐 대표이사 인맥으로 앉는 경우가 많다”며 “티 카페 슬롯 제도가 제도를 위한 제도로 변질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지난 5일 최대주주가 변경된 케이피앤엘은 이날 임시주총을 열고 기존 티 카페 슬롯인 정종훈 JNC투자자문 이사와 이상인 에이치엠홀딩스 최고경영자(CEO) 대신 새 티 카페 슬롯로 27세인 남궁현씨를 선임했다. 또 신영와코루는 지난 99년부터 그동안 이 회사와 기술제휴사인 일본와코루의 임원을 티 카페 슬롯로 앉혀 왔다.
자유기업원 박양균 선임연구원은 “티 카페 슬롯는 회사가 파산지경에 이르렀거나 경영위기가 있을 때도 제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대표이사 입맛에 따라 티 카페 슬롯가 바뀌는 것은 티 카페 슬롯 제도가 유명무실해졌음을 의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