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2008학년도 대입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방침을 철회하면서 3주를 끌어오던 ‘내신갈등’이 외견상 일단락된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가 그동안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여온 부적절하고 어정쩡한 대응자세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과 고교 교사 및 수험생들은 5일 “결국 각 대학들이 당초 계획하던 수준에서 올해 입시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괜히 교육부가 일을 크게 만들었다가 뒤로 물러서 3주라는 긴 시간을 혼란스럽게 보냈다”며 교육부를 맹비난했다.
게다가 일부 사립대들은 연차적으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이라는 교육부의 타협안까지 거부할 태세여서 ‘내신사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 ‘몰아붙이기’가 혼란 자초=수원의 한 여고 고3 담임교사는 “교육부가 사전에 대학들의 의견을 조율해 합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이 같은 준비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몰어붙였다”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제도를 강행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논술 시간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제를 여러 번 다뤘는데 일관성 없는 입시정책을 보여온 교육부에 학생들이 높은 불신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도 “교육부가 대학들의 현실적 여건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정부안을 강요하면서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 랜드 슬롯 머신 하는 법을 통해 ‘극단적인 전체주의적 교육정책’이라는 글을 발표한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정부의 독단적 교육정책이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구현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일부 사립대의 경우 다소 유연해진 교육부 방침까지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내신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유성 처장은 “교육부가 올해 내신 실질반영률을 50%까지 확대하지 못하는 대학에 사유서와 연차적 확대방안을 제출하라고 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안은 올해 결과를 보고 나서야 내년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2~3년치 입시안을 한꺼번에 제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처장은 “마지막에 또다시 교육부와 대학 측이 부딪칠 수 있는 만큼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도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08학년도 입학전형 기본계획안을 통해 학생부 반영방법 및 비율에 대해 각 대학에 일임할 것이며 대학들은 입시전형 방법에 대해 더 이상 교육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해 입시전형과 관련해 교육부에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에서는 지난 4일 이뤄진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간 타협이 노무현 대통령의 출장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귀국 후 교육부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