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용·서민정책 진단]
“친시장 기조 흔들리는것 아니다”
이해 사안은 보수인사 통해 ‘경고’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경기 구리시 수택동 구리시장을 방문해 꽃게를 산 뒤 상인에게 값을 치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정책에 대해 경영계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4대그룹의 한 기획담담 임원은 “국정 지지율과 선거 등을 고려한 보수정권의 외연 넓히기 성격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사회통합을 앞세운 정부 정책 기조를 반대할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민심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행보이지, 친시장적 기조가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총리 후보 지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개각에 대해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통합적 성격의 내각이 민심을 얻으면 정부의 시장중심 정책이 오히려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친서민 정책’ 이 재계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에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민간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 이를 촉진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를 강화한 것도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특히 재계는 중도·실용 정책이 앞으로 비정규직 법안, 법인·소득세 감면,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개정,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재계의 이해가 걸린 현안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한 칼럼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고소득층·대기업 부담이 90%를 넘는다. 친기업·친시장·탈규제·법치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가치에 대한 믿음이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조 교수는 보수적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다. 전경련의 외곽단체인 티 카페 슬롯 머신 프로그램도 “우파정부의 중도표방은 실질적으로 좌파정책을 표방하는 것이며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가 외곽단체나 보수적 인사들의 입을 빌려 ‘선을 넘어선 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홍대선 기자 ds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