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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설왕설래-안드로이드 슬롯 머신 해방일

글쓴이
자유기업원 2007-03-30 , 세계일보, 23면

얼마 전 한국조세연구원이 우리 국민은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다. 전국의 30대 이상 납세자 108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는데, 결과가 흥미롭다. 10명 중 5.3명이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을 어쩔 수 없이 낸다”고 대답했고, 심지어 10명 중 1.5명은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 70%가량이 정부의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 부과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1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5%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납세 순응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를 반영한다.

세부담이 어느 정도인데 국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종합하면, 국민 한 사람이 지난해 낸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은 37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2년 284만원이던 것에 비하면 4년 만에 엄청나게 뛰었다. 이런 증가 속도라면 2010년에는 450만원을 웃돌 것이란다. 양극화 해소 등 복지비용이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정부는 1인당 세부담액 통계 자체가 무의미할뿐더러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원은 올해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 해방일’은 3월29일이라고 밝혔다. 이달 28일까지 일해서 번 돈은 정부에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을 내기 위한 것이고, 29일부터 연말까지 번 돈은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진짜 소득’이라는 얘기다. 국민이 나라를 위해 87일간 ‘봉사’한 셈이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 해방일이 점차 늦어진다는 점이다. 1971년엔 2월27일이었던 게 1983년에는 3월17일, 1990년엔 3월21일, 2000년엔 3월25일, 지난해는 3월26일로 계속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세부담 증가를 방증한다.

굳이 납세의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민이라면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서양 속담에조차 “죽음과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은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굴레’이다. 그렇더라도 내년에는 안드로이드 슬롯 머신 해방일이 빨라졌으면 좋겠다.

김선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