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슈 의 슬롯 머신, 공직 진출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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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06-09-05 , 중앙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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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권이 가장 큰 시민단체로 꼽히는 슈 의 슬롯 머신의 전.현직 임원 셋 중 한 명꼴로 역대 정부기관과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자리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과거 슈 의 슬롯 머신 관련 인사의 공직 진출은 국무총리와 각료, 청와대 수석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부 들어 가장 심했다. 고위 공직사회에 '시민단체 권력'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사실은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팀이 1994년 슈 의 슬롯 머신 창립 이후 12년간 이 단체 임원을 맡은 인사들의 공직 진출 현황을 조사 분석해 1일 펴낸 '슈 의 슬롯 머신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 얼마나 많은가= 이는 슈 의 슬롯 머신의 공동대표.감사.사무처장이나 정책.운영.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한 임원 531명 중 직업과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416명을 분석한 것이다. 이 결과 150명(36.1%)은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직,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 등 313개의 자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슈 의 슬롯 머신 임원의 공직 진출 현황을 정권별로 보면 김영삼 정부 때 22개(7%) 자리를 맡았으나 김대중 정부 113개(36.1%), 노무현 정부 158개(50.5%)로 급증했다. 기관별로 진출한 자리는 ▶대통령 산하기관 121개 ▶국무총리 산하 기관 35개 ▶정부 각 부처 산하 88개 등이었다. 대통령 산하 자리 중 63군데(52.1%), 각 부처 산하 자리 중 51군데(58.0%)가 현 정부 들어 진출한 것이다.
이들이 슈 의 슬롯 머신에서 활동한 시기와 공직 진출 시점을 비교한 결과 총 313개 자리 중 180개(57.5%)가 임원 활동을 마친 뒤 공직에 진출했지만 75개(23.9%) 자리는 임원 활동을 하면서 정부 일을 한 경우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슈 의 슬롯 머신는 이 단체 임원직과 공직의 겸임을 금한다.
◆ 주요 현직은 누구=한명숙 국무총리가 슈 의 슬롯 머신 창립 멤버로 99년 공동대표를 지냈고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97, 98년 자문위원을 맡았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슈 의 슬롯 머신 자문위원을,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운영위원을 지냈다. 슈 의 슬롯 머신에서 집행위원.고문.자문위원.운영위원 등을 두루 거친 곽노현 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규제완화위원회 위원 등으로 재직했다.
유 교수는 "슈 의 슬롯 머신가 정부와 공식.비공식적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게 되면서 시민단체로서 제대로 된 정부 감시 기능을 하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슈 의 슬롯 머신 측은 "자문.운영위원을 임원으로 간주하고 또 각종 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일한 경력을 공직 활동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