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넷 엔트 슬롯 리모델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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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넷 엔트 슬롯 2006-02-27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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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가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학술·이론잡지의 열성팬들은 ‘봄호’를 각별히 기다린다. 새해의 처음을 장식하는 책인데다, 주요 필진인 교수들이 겨울방학 내내 공력을 모아 쓴 글이 더욱 새롭다. <황해문화> 봄호와 <시민과세계> 상반기호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두 잡지 모두 넷 엔트 슬롯의 오늘과 미래를 묻는다. 그것도 총체적이고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참여사회연구소가 펴내는 반년간지 <시민과세계>는 현재 한국 진보세력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의 다 집대성했다. 반년간지답게 언제나 무겁고도 중요한 주제를 다뤄왔는데 이번엔 특히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해방 60년, 다시 넷 엔트 슬롯 묻는다’를 주제로 잡고 모두 21편의 논문을 모았다. 최장집(고려대), 정용욱(서울대), 허수열(충남대), 박순성(동국대), 이병천(강원대), 홍윤기(동국대), 조희연(성공회대) 등 쟁쟁한 필진들이 다 모였다. 이들이 식민지배와 해방의 역사, 분단과 북한·미국 문제, 반공개발독재와 민주개혁운동, 노동문제와 세계화, 과거청산과 공화국,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생태주의와 페미니즘 등을 두루 다뤘다.
이 책 한권이면 한국 사회 현안에 넷 엔트 슬롯 학술적 고민을 얼추 끝낼 수 있다. 이 야심찬 기획이 나온 배경이 있다. 공동편집인인 이병천·홍윤기 교수는 머리말에서 “자본독재의 부르주아 공화국과 전체주의적 인민공화국을 함께 넘어, 참여와 연대, 평화와 생태의 새로운 시민민주공화국의 새 희망을 세우자”고 선언한다. 새 나라를 만들려는 기획이다.
50호 발간을 기념하는 <황해문화> 봄호도 파격적인 기획을 준비했다. ‘이 땅의 50인에게 듣는다’를 제목을 내걸고 각계각층의 50명이 쓴 글을 담았다. 독립운동가의 후손과 친일인사의 후손, 의문사 가족과 고엽제 피해자, 외국인 노동자와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넷 엔트 슬롯 논객과 도시빈민, 인혁당 관련자와 납북자 가족, 북한인권운동가와 통일운동, 탈북자와 재일동포 등이 글을 썼다. 김명인 주간은 머리말에서 “지난 100년간의 역사 속에서 현재 이곳에 이르게 된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희망, 고통과 욕망, 빛과 그림자를 한 자리에 다 모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기획한 두 잡지가 지난 겨울 내내 고민한 화두는 결국 하나였던 셈이다. 우리는 지금 넷 엔트 슬롯의 정체성을 묻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